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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The New Yorker)', 표지가 곧 브랜드인 잡지

by 아트래블* 2019. 3. 27.

뉴요커(The New Yorker), 헤밍웨이도 연재를 한 잡지

 

'#미투(MeToo)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보도로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 


 

 

뉴요커 잡지의 4월 5일자 표지. 작품 제목 '지연(Delayed)

 

 

2021년 4월 뉴요커가 공개한 새로운 표지는 미국 내 증가하는 아시아인 대상폭력에 대한 몹시 괴롭고도 가슴 아픈 은유를 담고 있다.

 

Delayed by R. Kikuo Johnson

 

 

일러스트 작가 R. 키쿠오존슨(R. Kikuo Johnson)이 그린 4월 5일자 뉴요커 잡지 표지 ′지연(Delayed)’은 모녀 사이인 한여성과 어린소녀가 텅빈 지하철 플랫폼에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시계를 보고, 어린 소녀 역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존슨은 이 표지에 관해 ”어머니의발과 (불안하게 솟아오른) 눈썹 위치를 통해 경계심과두려움사이에 놓인 몸짓이 드러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야기된 미국 사회 내 인종차별 인종혐오 아니 콕 집어 아시안 혐오와 많은 아시아인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공포를 가슴 아프지만 너무나 잘 전달하고 있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를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 마음 아프고 눈물 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잡지로 '뉴요커(The New Yorker)'는 제목처럼 그저 뉴요커들이 읽는 잡지 정도로만 생각될 수도 있지만 GLAAD 미디어 어워드 최우수 매거진 오버롤 커버리지, Peabody Award 등을 수상한 저명한 미국 주간지이다.

 

GLLAD 미디어 어워드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에서 현저한 공적이 있는 미디어와 인물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영화나 TV 프로그램, 게임 및 음악 등 예술 분야를 포함해 저널리즘,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시상한다.

Peabody Award,  즉 조지 포스터 피버디상, 줄여서 피버디상은 우수한 라디오·텔레비전 방송에 주어지는 국제상이다.  en.wikipedia.org/wiki/Peabody_Award

 

 

 

또한 소설가 헤밍웨이가 연재를 한 잡지답게 1925년 출발 당시의 편집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90년 가까이 거의 변화없이 품위를 유지해온 교양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잡지로도 유명하다.

 

 

 

 

 

사실 미국내에서도 '뉴요커(The New Yorker)' 는 '매우 특별한 위치' 에 있는 잡지이다. 

 

간단히 말해 뉴요커에 글을 싣는 사람이라면 미국 문화계에서는 최고 지성인으로 대우받으며 뉴욕 출신 유대인들로 구성된 필진들은 '평생 뉴욕 맨해튼 5마일 범위 안에서 살다가 죽는다' 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말은 곧 뉴욕 맨해튼 안에 전세계의 모든 것이 모여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할 만큼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잡지인 셈이다.

 

 

 

 

 

'뉴요커(The New Yorker)' 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도 잠시 언급되기도 한다.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기적 같이 입사했던 주인공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그녀가 꿈꾸었던 것은 저널리스트였으며, 그녀가 정말 들어가고 싶어했던 직장이 바로 '뉴요커(The New Yorker)' 였던 것이다.

 

 

 

 

 

'뉴요커(The New Yorker)'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뉴요커(The New Yorker)' 가 아이패드 앱으로 데뷔한다는 홍보 비디오가 유튜브에 등장한 것인데,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포드 코폴라의 아들, 로만 코폴라가 만든 유튜브 광고였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화제가 된 것은 광고를 제작한 연출자 때문이 아닌 미국 출판계에서도 알아주는 잡지인 '뉴요커(The New Yorker)' 마저 새로운 디지털 흐름에 따라 종이로 만든 잡지가 아닌 아이패드 앱을 개발하고 또 그것을 유튜브를 통해 광고했다는 사실이다.

 

 

 

 

 

 

80여년을 넘게 지키고 있는 고집, 일러스트레이션 표지의 '더 뉴요커(The New Yorker)

 

 

'뉴요커(The New Yorker)' 는 1925년 2월 21일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주간지로 지적인 유머가 넘치는 잡지를 만들고자 했던 <뉴욕타임스> 기자 해럴 로스(Harold Ross)가 마찬가지로 뉴욕타임즈의 기자였던 그의 아내 제인 그랜트(Jane Grant)와 함께 만든 주간지다. 

 

기본적으로 주간지였지만 2주 동안의 기사를 모두 모은 합본호를 1년에 다섯 차례 발간하며, 52주 중 매주가 아닌 2주에 한권을 발간할 때가 있어 매년 47권이 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로 뉴욕의 문화와 시사 이슈를 다루는 이 잡지의 독자들 평균 연령대는 40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들은 자극적인 이미지보다 '뉴요커(The New Yorker)' 의 깊이 있는 내용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글 중간에 굳이 많은 잡지 표지 이미지를 집어넣은 것은 바로 이 독특함에 가까운 그들의 고집에 반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레이션!!"

 

 

'뉴요커(The New Yorker)' 는 객관적 사실의 전달보다 주관적인 해석과 비평을 주로 소개하는데, 잡지의 편집 디자인 역시 사진보다 일러스트레이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은 거의 쓰지 않고 유명한 흑백 카툰을 글 중간중간에 넣을 뿐이다. 

 

물론 요즘의 대세는 바로 '트럼프', 트럼프로 시작해 트럼프로 끝나는.. 그렇다, 기승전... 트럼프.

 

 

 

 

이처럼 자극적이거나 선동적인 문구 하나 없이 일러스트레이션과 제호만 싣는 원칙을 90년의 세월을 넘게 고집스레 지켜오고 있는데, '뉴요커(The New Yorker)' 표지들만 보아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정치·경제·문화·음식 관련 평론과, 에세이 형식의 단편소설, 문학·미술 비평, 수필, 시, 르포르타주, 만화 등 다양한 내용을 싣는데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논평,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각종 기사와 인기있는 연재만화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뉴요커 ; 뉴욕에 사는 이들' (The New Yorker) 이라는 잡지명에서도 잘 드러나듯 미국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들의 생활상을 주로 다루고 있다. 

 

'뉴요커(The New Yorker)' 리뷰와 이벤트 정보는 뉴욕의 문화를 주로 취급하지만, 뉴욕 외에 다른 지역에 사는 독자들도 꽤 있다. 

 

 

 

 

고급 잡지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온 만큼 '뉴요커(The New Yorker)' 가 배출한 작가층은 매우 두텁다. 

 

일례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열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카포티>의 트루먼 카포티 역시 '뉴요커(The New Yorker)' 출신으로 <티파니에서 아침을> <인 콜드 블러드> 등의 저자이며 최초의 팩션 작가인 카포티는 예술 부서에서 일했는데 과감한 커밍아웃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미도서상을 받은 <켄타우루스>를 비롯, <비둘기의 깃털> <커플스> 등 넓은 진폭의 글을 남겨온 존 업다이크 또한 1955년부터 2년간 '뉴요커(The New Yorker)' 에 몸담았었다. 

 

 

 

 

이밖에도 '뉴요커(The New Yorker)' 는 J.D.샐린저, 앨리스 먼로, 무라카미 하루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9·11 사태 직후 <해석을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를 집필한 수잔 손택이 테러리스트를 '겁쟁이' 라 명명한 미국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선보인 곳도 바로 '뉴요커(The New Yorker)' 였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들여다 볼 만한
잡지가 아닐까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잡지가 있으면
더 바랄나위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