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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이성자 작가전,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by *아트래블 2018.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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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기념, 이성자 :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00th Anniversary of Birth RHEE Seundja : Road to the Antipode


여성과 대지, 동양과 서양 등의 주제를 서정적이고 동양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해온 이성자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맞아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과 고국을 그리워하며 완성한 이성자 화백의 60년에 걸친 작품들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해 온 이성자 작가의 행적과 작품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와 한국, 지구 반대편의 두 국가를 넘나든 작가의 한평생의 기록을 담아내고 있다.


이성자(1918-2009)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신여성'전을 시작으로 여성미술가에 대한 집중 조명을 위한 기획된 전시이기도 하다. 이성자 화백은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가 60여년 동안 왕성한 활동을 한 작가이다. 작가는 유화뿐 아니라 아크릴화, 수채화, 판화, 도자, 모자이크, 시화집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쳤다.


캔버스에 진짜 나무를 올려놓은 실험 정신은 시간을 초월한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고,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인간과 우주의 존재론적 성찰에 몰입했다.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에콜 드 파리에 초대되었고, 80여회의 개인전과, 300회 이상의 그룹전에 참가한 이성자 작가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 한국미술사적 의미를 짚어보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이성자 작가의 활동초기인 195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의 작품 총 127점이 전시되는데 조형탐색기, 여성과 대지, 음과 양,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등 세분화된 테마 중 특히 마지막 섹션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그녀가 극지를 통과할 때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결혼 생활의 파경과 함께 한국전쟁 중인 1951년 프랑스로 건너간 뒤 평생 프랑스에서 살았던 작가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시베리아 극지의 풍경은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극지라는 요소는 어떤 자연적인 요소이지만 그 속에 드러나는 기하학적인 요소와의 대립적인 것은 한 화면에서 조화를 꾀하는 모두의 상생의 길을 제시하기에 이성자 작가의 작품에는 더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하였고,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와 병행하여 작품세계 변화의 궤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초기 1950년대 '조형탐색기', 1960년대 '여성의 대지', 1970년대 '음과 양', 198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로 크게 구분하였다. 특히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작고할 때까지 제작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와 함께 작가가 "내 인생의 완성을 시도한 작품" 이라고 표현한 투레트의 아틀리에 '은하수'를 본뜬 아카이브 공간에서 작가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about 이성자 화백


1951년 한국전쟁 중 당시 서른셋의 나이로 홀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한다. 1953년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회화와 조각을 공부하고, 이후 추상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생명의 근원, 음과 양의 세계 등 기하학적인 상징물을 표현한 작품에서 이후 인간과 우주의 존재론적 성찰을 주제로 한 작품 등 1만 4000여 점의 작품을 창작했다.


1956년 프랑스 오베르뉴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958년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1975년에는 김환기, 남관, 이응노와 함께 상파울로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이후 1981년 프랑스와 한국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고, 1985년 현대화랑,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1995년 조선일보사, 1998년 예술의 전당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1991년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예술․문학 분야에서 독창성을 발휘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한국 보관(寶冠)문화훈장에 추서됐다.


1951년 이후 프랑스에서 생활한 그녀는 1997년 남프랑스의 투레트에 자신이 직접 설계한‘은하수’라는 작업실을 지었다. 2008년에는 고향 진주에 376점의 작품을 기증하였으며, 2009년‘은하수’에서 작품 활동 중 91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전시 내용 by 국립현대미술관


본 전시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덕수궁관의 '신여성'을 시작으로 여성미술가에 대한 집중 조명을 위한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시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도불을 꿈꾸었던 1950년대 가장 먼저 건너간 이성자(1918~2009)는 프랑스에서 기초를 배웠고, 한국보다 프랑스 화단에 먼저 알려졌으며, 프랑스 화상에게 눈에 띄어 프랑스인에게 처음으로 작품이 소장되었다. 파리에서는 주로 유화를, 프랑스 남부의 투레트에서는 판화를, 프랑스에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는 도자를 하면서 열정적인 60여년을 보냈다.


당시 유일하게 미술전공을 하지 않고 프랑스에 건너온 이성자는 기법과 표현에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의 영향 아래 있었으나, 소재와 주제는 오히려 타국이었기에 더욱 한국적이었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이성자는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자연과 인공, 삶과 죽음 등 대립적인 요소의 조화를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본 전시는 이성자의 작품세계를 네시기로 구분하였다. 1950년대 초 파리의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기초를 배우고 추상에 대한 시도를 보여주는 '조형탐색기', 여성으로서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대지를 경작하는 마음으로 그린 '여성과 대지'시기, 중첩된 건물의 도시를 표현한 '음양'시기, 자연과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내려다 본 극지와 자연, 우주를 나타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성자와 시대를 함께 했던 앙리 고에츠(1909~1989), 조르주 부다이유(1925~1991), 알베르토 마넬리(1888~1971), 미셀 뷔토르(1926~2016), 소니아 들로네(1885-1979), 서정주(1915-2000) 같은 지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성자의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국제적인 흐름과 입체적인 시각에서 한국미술사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한다. 


1. 조형탐색기 : 조형탐색기는 이성자가 1953년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에서 회화 공부를 시작하면서 구상, 추상 등 여러 조형적인 실험을 하던 1950년대에 속한다. 이성자는 당시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지인 프랑스 화단을 직접 접하면서 현대미술에 눈을 뜨고, 여행을 통해 안목을 높이면서 조형적인 실험과 탐색의 시기를 보낸다. 특히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의 스승인 앙리 고에츠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추상화'에 깊이 매료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모더니스트였던 고에츠와는 맞지 않아 2년 후 화실을 떠나게 되고 이성자는 자신만의 독특한 추상작업을 하게 된다. 이 시기 이성자는 다양한 표현방식을 접하는데 그중 유화에 버금가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목판화이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절에서 스님이 찍어내는 부적이나 연꽃의 목판이 기억났던 것이다. 이처럼 목판화에 깊은 매력을 느낀 이성자는 나무를 자르고 칼로 선을 파는 작업에서 자연을 접하고 평생 회화와 변화의 궤를 같이 한다. 이성자에게 캔버스 위에 물감을 쌓아 올리는 회화가 '양'이라면 판화는 판을 파내는 '음'으로 서로 순환하는 관계로 인식된다.


2. 여성과 대지 : 이성자는 자신의 작업을 시기별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데 1960년대를 '여성과 대지'로 명명하였다. 이성자는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수용하였고, 어머니로서의 자신에 자부심을 가졌다. 또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고국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 아들에 대한 모성애는 이성자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고 삶의 목적이었다. 프랑스에서 그림을 시작한 이성자는 형식적으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 영향 아래 있었지만, 내용적으로는 프랑스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철저하게 한국적이었고, 동양적인 감수성으로 일관한다. 이러한 독특한 작품세계는 당시 프랑스에서 영향력 있는 비평가 조르주 부다이유의 관심을 끌었고, 「내가 아는 어머니」를 에콜 드 파리에 출품하여 프랑스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라라뱅시, 샤르팡티에 같이 유명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프랑스 화단에서 인정받기에 이른다.


3. 음과 양 : 1965년 이성자는 1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개인전을 갖고, 가족을 만나고 몇 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땅, 아이들에게 매였던 것에서 자유로워진다. 아울러 미국 여행에서 본 층층이 포개져 있는 고층건물과 형형색색의 전기불 등 물질적 풍요로움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작품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전의 땅을 경작하듯 치밀한 터치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선과 원의 형상이 등장하고, 재료도 겹쳐 칠하기에 용이한 아크릴로 변화한다. '중복'을 시작으로 '도시', '음양', '초월' 등의 작품을 제작하며 재료와 기법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합일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원의 형상과 선으로 도시를 나타내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음양으로 이어졌다. '초월'에서는 에어 브러쉬를 사용한 이차원 평면 위에 오브제인 '나무'를 직접 붙여 자연과 기하학이라는 상반된 요소의 새로운 화면을 만들었다. 또한 이성자는 이 시기에 프랑스가 사랑하는 문인이자 누보 로망의 기수인 미셀 뷔토르(1926-2016)를 만나 판화작업 위에 시를 쓰는 공동 작업을 하게 되며 「샘물의 신비」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 뷔토르는 이성자 삶을 노래한다.


4.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 이성자의 시각은 1980년대부터 작고할 때까지 하늘 혹은 우주로 향한다. '극지로 가는 길' 혹은 '대척지로 가는 길'과 같은 의미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작가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여정 속에서 본 극지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극지' 혹은 '대척지'를 작가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즉, 프랑스에서는 한국을, 한국에서는 프랑스가 작가에게 지구 반대편이 된다. 1994년까지 이어지는 이 작업에 대해 이성자는 '동과서의 극을 오가는 내 생활의 그림일기'라고 언급하였다. 프랑스와 한국간의 항로가 변경되면서 이성자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서 '우주'로 시각을 확장한다. '우주'에서도 대립되는 요소들의 화해의 장은 여전히 지속된다. 「은하수에 있는 나의 궁전」, 「금성에 있는 나의 여인숙」 등 작품제목 에서부터 서양의 과학적인 사고와 동양의 철학을 담으며 상생을 추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2전시실, 중앙홀|7월29일까지|2,000원|www.mm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