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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대한 끄적거림 - 황궁, 간다, 히비야공원

by 아트래블* 2018. 6. 14.

도쿄역 바로 왼쪽에 천황이 사는 황궁(=황거)이 있고 도쿄역과 황궁 사이의 공간이 '마루노우치' 인데 '원의 안쪽, 궁의 안쪽' 이란 뜻이다. 보통 전통 성곽은 1차 방어선인 '외성(外成)'이 있고 안쪽에 2차 방어선인 '내성'이 있는데 메이지 정부가 세워진 후 에도막부의 성이 황거가 되는데 외성의 성벽을 철거하고 남은 외성과 내성의 빈 공터가 바로 마루노우치인 것이다.  


1890년대 허허벌판인 이 곳을 미쓰비시 그룹이 사들여 오늘날 미쓰비시 그룹의 고층빌딩이 모여있는 타운이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땅값이 높은 지역이 명동이라면 일본은 바로 이곳 마루노우치다. 여담이지만 전후 미쓰비시가 이 공간에 그룹사 빌딩을 세울 때 (미쓰비시 전기, 미쓰비시 상사, 미쓰비시 은행) 감히 황궁의 코 앞에 황궁을 내려다보는 높이인 40여층 빌딩을 세울 수 있냐는 일본내 많은 논란도 있었다.


아카사카이궁 (赤坂離宮)


황궁이 천황의 거주지라면 황태자가 머무는 곳은 도쿄 아카사카 고요치(赤坂御用地) 안에 있 도고고쇼(東宮御所) 라는 곳이다. 황태자의 주거지이며 이곳 아카사카 고요치에는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저택, 미카사노미야(三笠宮) 저택,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邸)의 저택, 영빈관과 아카사카 이궁이 있다. 서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있는 '아카사카 이궁'(아사쿠사가 아니다)은 원래 도쿠가와 가문의 혈통인 '기이 도쿠가와'의 주택터였다고도 전해진다. 


이 아카사카 이궁엔 외국 귀빈을 대접하는 영빈관이 있고 각국의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몰려있는 곳이다. 아카사카 이궁 약간 아래쪽에 '롯폰기'가 있다. 황궁의 일반적인 투어 코스는 있지만 아카사카 이궁 쪽까지 돌아보는 투어코스는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 황궁(황거)가 과거의 권력과 상징이었다면 아카사카 이궁 부근은 현재의 권력이 모여있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궁 아래쪽으론 히비야 공원이 있는데 공원의 규모만으로만 보면 우에노 공원이 단연 최고지만 황궁에 가깝다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도쿄에서 일어난 역사상 유명한 사건과 정치적 시위는 바로 히비야공원에서 더 자주 일어났었다. 


참고로 러일전쟁으로 일본이 승리했음에도 이곳 히비야 공원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황궁 바로 앞이라는 예민한 장소에서 벌어진 폭동으로 인해 수십명이 사망한 시위와 폭동이었는데, 폭동이 일어난 이유는 어이없게도 거의 10만 이상의 일본군이 러일전쟁에서 사망했음에도 전리품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개한 일본 우파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또한히비야 공원 부근엔 일본의 정부청사(농림수산성, 검찰청, 해군성, 재무성, 경찰청 등)들이 모여있고, 일본 국회도 이곳에 있다. 그것은 '도쿄역-유라쿠초-신바시'로 이어지는 라인의 왼쪽 지역은 매우 정치적인 사건과 밀접하다는 것이고, 대신 이런 일에 무관한 우리와 같은 관광객이 보기에는 이곳은 한없이 밋밋한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발생한 사건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예전에 옴진리교의 교주가 일본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여러사람이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이 부근 지하철역에서 (더 정확히는 이 곳을 지나는 지하철의 차량) 터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기로 맘먹기로 작정했다면야 사람들이 있는 신주쿠나 시부야가 타겟이 되어야겠지만 정부관리와 공무원을 목표로 했기에 이곳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황궁 위 쪽을 '간다(神田)'지역이라고 하는데 오차노미즈역(御茶)이 있고 이 역으로 주오선(中央線)과 소부선이 지나간다. 사실 도쿄 여행은 원 궤도로 도는 야마노테선과 동서를 가로지르는 주오선, 소부선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도쿄를 여행하는데 80%는 커버된다고거 생각해도 좋다. 하나의 철도라인을 주오선과 소부선이 같이 사용하는데 쉽게 말해 서울 지하철 1호선 구간에서 수원행열차와 인천행열차가 동시에 운행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바로 이 노선위에 간다 지역이 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편한 기차노선(야마노테, 주오, 소부)은 도쿄의 20개가 넘는 기차 노선중 만든지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노선들이고 이 노선들이 건설되던 당시 그 역부근은 당시 가장 번화하고 유명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노선은 도쿄여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도쿄여행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긴자와 니혼바시가 경제중심, 히비야공원이 정치 중심, 우에노 공원이 문화의 중심지구라면 에도시대부터 사람들이 몰려살던 간다지역은 교육의 중심이 된다. 오차노미즈역 위쪽 부분이 '혼고'지역인데 도쿄대학의 캠퍼스(도쿄대학 캠퍼스는 학부에 따라 도쿄 전역에 흩어져있는데 특히 혼고 캠퍼스에는 60년대 학생운동 전공투가 치열했던 '야스다 강당'이 있다)가 있고 오차노미즈역 아래쪽 부분은 '니혼대학', '메이지대학', '도쿄치의학대학' 등이 있는데 전문대를 포함하면 무려 10여개의 대학캠퍼스가 몰려있습니다.


하필이면 왜 간다에 교육기관이 몰려있을까? 그에 대한 답을 보자면 간다 지역은 메이지 정부 이전, 막부시대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다. 비록 근대적인 교육시스템은 없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마을마다 서당이 있고 사대부를 교육하는 서원이 있듯이 간다 지역엔 근대 이전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교육 기관이 꽤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이 나중에 사립대학교로 발전하는데 도쿄대학을 제외하면 니혼대학이나 메이지 대학 모두 사립대학이다. 참고로 국립대학은 예전엔 제국대학으로 도쿄, 교토, 도호쿠, 큐슈, 훗가이도, 나고야, 오사카 7개가 있었다. 또한 일본 본토 밖에는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타이페이에, 나머지 하나는 경성제국대학이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우는 서울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