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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by 아트래블* 2018. 8. 17.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 올해의 작가상 2018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예술가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 라는 멋드러진 질문에 좀 엉뚱하기도,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경제력의 확보가 최우선이 아닐까 싶다. 굳이 현학적인 표현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있어보이는 입맛에 맞는 멋드러진 답안들을 끄적일 순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누구에게나 첫걸음의 의미가 남다르고 중요한 결정이 되는 것처럼, 화가들에게 있어서 역시나 첫 발을 잘 내딛어야 한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이나 설치미술 분야는 최상위 작가가 아닌 이상은 요즘은 생계유지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그림들이 팔리는 아트 페어를 보면서 본래의 전공 분야를 유지하고 싶어도 먹고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진로를 선회하는 작가들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도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어 지방으로 대학 강사 생활을 하고, 또 짬짬이 다른 부업거리를 찾아다니며 이쪽 저쪽 고개를 기웃거리느라 정작 작업은 뒷전이 되고하는 불안한 현실과 미래를 토로하는 작가들의 슬픈 모습을 보는 일은 미술 분야에서 한발자욱 떨어져 지켜보는 내게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무엇이 작가가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 수 있을까. 각 작가의 상황마다 그 답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이 작가 개인만의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나 공연에서와 같은 협업을 통해 실현되고, 작품이 실현된 공간과 환경과 점점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실험에 도전할 수 있는 공간과 제작 지원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 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전시공간과 제작 지원, 그리고 국내외 전문가 및 폭넓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4명의 후원 작가를 선정, 신작 제작을 위한 비용과 기회를 제공하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이후 국제적인 미술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1명의 최종 수상자를 시상한다. 복수의 후보 중 1인을 선정하는 시상제라는 형식 때문에 대개 경쟁구도와 최종 수상자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올해의 작가상’에서 ‘상’이라는 단어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지점은 사실 ‘올해’와 ‘작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올해의 작가상 2018>>은 올해, 즉 2018년 바로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누구이며, 좁게는 우리 미술계에서, 넓게는 우리 사회에서 비평과 토론의 소재로 삼고 있는 작가들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전시이다. 2018년의 작가들- 구민자, 옥인 콜렉티브(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정은영, 정재호-은 어떻게 ‘올해’를 대표하고 있으며, 이 ‘작가’들은 예술가로서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어떠한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하는가. 우리는 이들의 작품에서 무엇을 발견하며, 이들의 예술은 어떤 점에서 ‘동시대적’인 것인가.


<<올해의 작가상 2018>>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올해 4명(팀)의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지금 우리를 둘러싼 상황/사고가 본래적인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미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의미 있게 탐구하며, 그 과정에서의 비판적 성찰과 탐구 과정을 공유하는 4명(팀)의 신을 보여주려고 한다. 신작과 함께 작가별로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울 아카이브가 각각 구성된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한 특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올해의 작가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첫째,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규범과 관념들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적 성에 따른 차별과 규범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서구의 한 국가가 임의로 정한 기준점에 따라 날짜가 변경되는 지점이 발생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지 등을 묻는다.


둘째, 매체 중심의 장르 구분에 얽매이지 않는다. 영상에서 출발했지만 자연스럽게 공연의 형식으로 확장한 정은영, 퍼포먼스가 영상으로 기록되는 구민자와 옥인 콜렉티브, 회화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중립적이고 충실한 기록자가 되고자 하는 정재호 등 이들은 모두 스스로를 동시대의 예술가로 규정할 뿐이다.


셋째, 현대 예술의 의미나 역할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제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 예술은 시각적 즐거움을 위한 대상이 아니라, 관객들이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고 감각할 수 있는 인식적 전환의 계기에 가깝다. 이와 같은 공통점을 찾아보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상황 속에서 찾은 일시적인 상황일 뿐이다. 앞으로 여러 계기를 통해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알 수가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작업실과 미술관에서의 심사를 통해 선정된 이후 <<올해의 작가상 2018>>을 준비하면서 작가들은 ‘그동안의 작업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계기’로 삼거나, ‘결과는 잠시 잊고 그간 해보지 않았던 것을 맘껏 해보는 데서 오는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그간 이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짚어줄 전시가 아니라, 우리가 이들에 대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될 것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전시로 만들고자 한다. 그간의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이 작가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렇지 않다고, 이제 시작이며, 우리는 더 깊이 더 오래 이들의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구민자: 하루를 두 번 살 수 있는가? 문명이 자연에 개입될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


구민자(1977~)는 퍼포먼스와 영상을 통해 노동, 시간, 사랑 등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이고 근원적인 경험과 이에 대한 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처럼 젊은이들이 밤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한국인의 시간 사용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평균적 삶’을 퍼포먼스로 수행하고, 조리예에 제시된 포장 속 재료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요리를 정성껏 완성하면서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인 관념을 불편하고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여러 도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섬머타임제를 실시하는 도시를 경험한 작가는 ‘시간’이라는 자연에 개입된 문명의 인위성, 혹은 생경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0도의 기준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도 180도에서는 한 장소의 동쪽과 서쪽이 각각 다른 날이 되는 ‘날짜 변경선’이 만들어진다. 피지의 타베우니에서 날짜변경선 동쪽은 오늘이지만, 서쪽으로 한 걸음만 가면 어제가 된다.


만약 한 사람이 날짜변경선 동쪽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서쪽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그 사람은 하루를 두 번 살게 된다. 반대로 날짜변경선 서쪽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이 다음 날 날짜변경선 동쪽에서 하루를 보낸다면 그 사람은 하루를 건너뛰고 이틀 뒤의 날짜를 살게 된다.


시간은 불가역적이지만, 타베우니에서 이 불가능한 상황이 가능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오가는 가운데 시간의 의미, 삶의 의미를 묻는 <전날의 섬, 내일의 섬>은 작가 자신과 지인이 직접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자리를 바꿔 다음 24시간을 보낸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한 영상 및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하루를 두 번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묻는다. 작가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믿는 많은 것들이 사실 인간에 의해 임의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문화권에서는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한다.


구민자 작가의 경우, 국내외 레지던시나 전시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새로운 공간과 사회를 조우했을 때 갖게 된 의문에서 작품을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시간들 속에서 수집하고 제작한 오브제들이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정은영: 무엇이, 어떻게, 동시대의 예술이 되는가? <유예극장>과 <보류된 아카이브>


정은영(1974~)은 1950년대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전통극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사라진 여성국극에 대한 연구와 조사, 분석에 기반을 둔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여성 배우만으로 구성된 여성국극 무대의 안팎을 관찰하면서 인터뷰와 영상, 설치, 아카이브, 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별의 규범과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파괴되는지를 추적해왔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형식의 공연을 경험하면서, 젠더의 문제를 넘어 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의 형성과 배제의 문제, 역사적 전통의 근간으로 기능하는 아카이브의 성립 여부, 서구적 근대화의 문제 등 여성국극을 둘러싼 또 다른 맥락과 상황으로 점차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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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된 자료와 기록을 수집하여 기존의 전통이나 기 성립된 역사에 도전하는 대안적 역사를 성립시키는 아카이브를 형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여성국극이 전통과 역사에서 차지했던 상황과 지위에 대한 판단이나 결론을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유예시킨다.


이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판단이 수집된 자료의 양이 아니라, 자료와 기록에 대한 관점과 해석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은영의 탈역사적 아카이브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여성국극이라는 예술인 공동체의 실천과 그 의미를 묻는 대안적 아카이브이자 예술적 실천이다.



제1전시실 앞 복도에서는 정은영의 <보류된 아카이브>가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실 내부에 상영될 신작 <유예극장>, <죄송합니다. 공연이 지연될 예정입니다.>, <가곡실격>, <나는 왕이야>은 작가가 전통예술의 문제, 현대미술이라는 동시대성 안에서 시간적인 감각을 교차시키는 문제 등으로 관심을 확장시켜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정재호: 그 시절, 소년들은 왜 과학기술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나.


정재호(1971~)는 국가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번영과 발전, 즉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도시 풍경 이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붉은 십자가로 뒤덮인 서울의 야경, 쇠락한 인천 차이나타운의 풍경, 한때는 서양식 삶의 표본으로 추앙받다가 철거 위기에 처한 1960~70년대 시범 아파트 단지 등을 통해 근대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왔다.



작가는 국가가 개발도상국의 국민 모두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룰 밝은 미래를 꿈꾸도록 ‘권장’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을지로, 종로 등 도심에 위치한 당시 건축물의 표면을 기록하고, 같은 시기 발간된 정부간행물이나 공상과학만화, 신문기사 등에 등장하는 이미지 자료를 찾아 그림으로써 새로운 아카이브를 구성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마지막으로 공상과학만화 <요철 발명왕> 속의 주인공이 결국은 실패했지만 달나라 여행을 위해 만들었던 로켓을 제작한다. 당시의 정부기록사진, 영화와 만화 등 대중문화 속에 남겨진 이미지들을 작가의 방식으로 그린 아카이브 회화 연작을 통해, 전체를 강조한 국가주의 문화 속에서 개개인에게 아로새겨진 특정한 사고방식과 관점을 드러내본다.


작가가 10대인 딸들과의 대화에서 더 이상 ‘우주 탐험’도, ‘천재 과학자’가 되는 것이 지금 시대 소년소녀의 꿈이 아니라는 사실 앞에서, 역설적으로 “모든 소년소녀의 꿈이 달나라 여행이었던 시대”가 가진 부자연스러움을 생각한다. 공상과학만화의 한 장면 같은 정재호의 회화는 경제성장이 멈추고 경제적 위기의 위험을 겪은 이후 일어난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 즉 불가능한 것을 꿈꾸던 시대에서 가능한 것을 꿈꾸는 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냉철한 기록이기도 하다.


정재호는 회화로 옮기기 위한 이미지를 찾는 과정에서 도시를 걷고, 관련 자료를 찾는 연구자의 태도를 취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직접 촬영한 작품을 위한 자료 사진 자료 아카이브가 관객들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옥인 콜렉티브: 우리는 왜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어떻게 유지되는가.


옥인 콜렉티브(김화용, 이정민, 진시우 / 2009년 결성)는 종로구 옥인 아파트의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 그룹이다.


도시 개발의 과정에서 대면하는 사회적 문제를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관찰하며, 영상과 퍼포먼스,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공동체 안과 밖의 관객과 조우한다.


옥인 콜렉티브는 철거 중인 아파트에 남겨진 주민들과 함께 상영회, 전시, 콘서트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기타 회사 콜트콜텍에서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와 함께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재난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위험사회를 풍자하는 체조를 만드는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에 개입한다.



미디어 속에서 단순화된 관계와 상황에 내포된 양가적이고 중층적인 사람들의 감정, 태도, 상황을 노출시켜, 근대 도시에서 공동체와 개인, 공동체와 공동체, 개인과 개인 간에 존재하는 갈등과 화해, 연대의 의미와 한계를 모두 다룬다.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실천을 해온 옥인 콜렉티브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의 작업 기록과 과정에서 파생된 언어들을 비선형적으로 추출하여 재배치한 <랜덤 아카이브>와 서울, 제주, 인천 세 도시에서 각각 하나의 공동체를 찾아, 도시 속에서 우리가 왜 공동체를 형성하는지, 구성원과 공동체는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공동체가 유지되어 가는지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작한 신작을 발표한다.


<회전을 찾아서, 또는 그 반대>의 경우, 인천에 위치한 예술가 공동체인 ‘회전 예술’의 이야기를, <황금의 집>에서는 제주에 위치한 음악다방 까사돌을 찾는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옥인 콜렉티브는 흑백, 호불호, 찬반 등으로 나뉠 수 없는 상황들의 복잡성과 관계된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세심하게 짚어낸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


원글.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