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만들다, 토마 압츠 Tomma Abts
추상 회화 작가로 가장 잘 알려진 독일 태생의 예술가인 토마 압츠는 인스타그램의 모든 사진이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모든 작품을 20년째 같은 크기로만 그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들은 전형적으로 가로 38cm x 세로 48cm 의 전형적인 포맷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어떻게 압츠가 그녀의 예술 내에서 끝없는 가능성과 실험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토마 압츠의 그림 제목은 모두 독일의 이름 사전에서 따온 것이며, 그녀의 캔버스는 모두 48cm x 38cm이다. 압츠는 이 크기와 스타일이 그녀에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에 늘 그 사이즈 캔버스에 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은 풍부하고 다소 중립적인 색채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 색깔들은 뚜렷한 생동감은 없는 듯 보이지만 각각의 작품 내에서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록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토마 압츠가 각각의 그림을 연속적으로 그리고 세심하게 겹겹이 쌓아가가듯 그려내기에 그녀의 그림은 3차원적인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치 완성된 제품 아래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꺼운 층의 페인트를 사용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작가 자신과 그림 사이에 마치 작은 비밀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숨겨진 무언가를 보는 궁금증과 깊은 인상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about Tomma Abts (b. 1967, Kiel, Germany)
Previous selected solo exhibitions include Aspen Art Museum, Colorado (2014); Kunsthalle Düsseldorf (2011);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New York (2008); Hammer Museum, Los Angeles (2008); Kunsthalle zu Kiel (2006). Her work has also featured in numerous group exhibitions, including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2016); Baltimore Museum of Art (2016); Stedelijk Museum voor Actuele Kunst (S.M.A.K.), Ghent (2015); Albertina, Vienna (2015); Tate Britain, London (2013); Tate St. Ives (2012);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Minnesota (2011). Her work is represented in public collections internationally, including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Carnegie Museum of Art, Pittsburgh, Pennsylvania; Hammer Museum, Los Angeles;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Staatsgalerie Stuttgart; Tate Gallery, London; and the Walker Art Center, Minneapolis, Minnesota.
캔버스 표면의 시각적 촉감, 토마 압츠
그녀의 전시는 대부분 다소 작은 사이즈의 그림들이 일반적인 전시회에서의 작품 설치 방식과 달리 다소 낮게 걸려 있다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숙이면서 보게 되는데, 이러한 자세를 통해 관람객은 그림을 더욱 주의 깊게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상세히 볼수록 캔버스 표면에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이렇게 저렇게 고쳤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의 어떤 구체적인 형상이 없음에도, 작가의 손길이 그대로 관람객에게 전해지는이 과정에서 회화를 향한 진정한 인간성
이 성취된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대학을 나왔지만 토마 압츠는 작품 활동 초기부터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민자인 토마 압츠는 2006년 터너상을 거머진 몇 안되는 여성 작가다.
터너상은 영국을 넘어 미국에 휴고보스상과 프랑스의 마르셀뒤샹 상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상으로 꼽힌다. 작가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듣기도 하지만 터너상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시상식이며 대중적인 인지도 또한 높다.
매년 봄에 4 명의 후보자가 발표되고, 이들은 가을에 테이트 브리튼에서 각각 전시를 연다. 그리고 12월 첫 번째 월요일에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다. 저장되는 25,000 파운드의 상금을 받기도 하지만, 그 상의 명예와 함께 이후 작가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터너상의 주요 수상자로는 데이미언 허스트(1995), 스티브 매퀸(1999), 마틴 크리드(2001), 그레이슨 페리(2003) 등이 있다. 압츠는 최종 후보를 수락하기까지 3일이나 고민했다. 개인사나 경력 같은 것이 아닌 오로지 작품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토마 압츠는 터너상을 받기 전이나 후에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심지어 작업실도 그대로다. 그녀는 런던 북부의 좁은 골목, 큐빗이라는 32개의 아티스트 스튜디오 단지 중 하나를 사용한다.
작업실에는 하얀색 판자가 놓인 책상과 중고로 사 온 의자 두 개뿐, 흔한 미술책도 없이 매우 단촐하다. (토마 압츠는 보통의 화가 되고 달리기 판자를 이제를 세워 놓지 않고 책상 위에 올려두고 그림을 그린다)
화가의 붓질은 캔버스 표면에서 조직적 인정을 받는다. 토마 압츠의 그림을 보면 밝은 사각형 주위로 색이 점진적으로 바뀌는 리본이 펄럭이는 듯 하고 대체로 그것의 시작이나 끝이 모호 하다.
마치 태양을 상징하는 듯한 바람개비 같은 형태의 그림에서는 불가능한 빛과 생생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날카로운 지그재그 모양, 폭발적인 기하학적 구조, 평평한 캔버스에서 뒤틀림과 회전력이 공존하며 중력의 당김과 광학의 묘미가 느껴진다.
간혹 눈속임을 이용한 트롱프뢰유 기법도 활용하는 그녀의 그림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발견된다. 직선과 대각선, 그리고 곡선이 율동성 있게 화면 위를 가로지른다. 다소 톤 다운된 색채들의 배열과 때로는 그림자 효과를 통해 만들어 낸 형상들은 각각 다른 리듬을 갖는다.
미술대학에서 회화가 아닌 영상이나 설치 등을 다루는 혼합 매체를 전공한 그녀는 그 어떤 화가 보다 아날로그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심지어 밑그림이나 마스킹 테이프도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회화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듯한 그녀에겐 자신의 팔이 닿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금처럼 작업하는 것이 가장 친밀한 방식이고, 이런 방식에 굳이 변화를 줄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캔버스의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동시에 사용해 그리고, 때로는 브론즈와 알루미늄 같은 금속으로 캐스팅해서 제작하기도 한다. 유화는 유성이고 아크릴 물감은 수상이라 보통 한 작품 안에서 이 두 물감을 동시에 사용하는 작가는 거의 없다.
또한 금속으로 캐스팅하면 방식은 회화가 아닌 조각의 것이다. 금속으로 제작된 토마 압츠의 그림들은 표면이 무수히 긁히고 닦이고 돋을새김이 되어 있기도 하다.
작은 크기의 작품이지만 상당한 육체적 노동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어시스턴트도 두지 않고 혼자 작업한다. 오랜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작가는 1년에 8점 이내로만 작품을 제작한다.
어떤 작품은 2년에서 5년이 걸린 적도 있다. 피에트 몬드리안, 프랭크 스텔라, 세라 모리스와 같은 기하학적 주상화의 범주 안에서 토마 압츠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압츠의 그림은 마음과 손 그리고 물질의 격렬한 협상에 대한 것으로, 최종 완성된 이미지는 사전에 구상된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면서 캔버스의 붓질을 하는 매 순간마다 벌어지는 '구성과 구축의 점진적 변화' 의 결과라고 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디지털 환경,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미지를 소비하는 지금, 과연 오늘의 화가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 것일까? 최근 대다수의 화가들은 그림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회화의 본질과 시각성을 탐구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마 압츠는 그것으로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토마 압츠에 그림은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우리가 바다나 숲, 혹은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갔을 때 공간의 이동이나 풍경의 변화를 '눈'으로만 인지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낯선 공기를 피부로 느끼고, 심지어 그곳의 음식을 먹었을 때 진정으로 공간을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다.
토마 압츠는 같은 사이즈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어떤 구체적 장면을 보다 공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능력이 있다.
한국의 한 색채학자가 언급했던 '시각적 촉감' 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촉감이란 오감의 하나로 재료의 속성, 조직 구성, 시각적요소, 이전 경험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만드는 촉각적 경험을 의미한다.
이런 촉감은 피부 접촉으로 인해 느껴질뿐 아니라, 물체 표면에 따라서 시각적으로도 느껴진다. 직접 만지지 않고도 질감이 느껴지는 시각적 경험을 '시각적 촉감'이라 한다. 스펙터클하지 않고, 빠르지도 않은 토마 압츠의 작은 그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각적 촉감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