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내가 사랑한 미술관>展
추억을 간직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옛 궁궐 덕수궁,
그 안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 展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게 될 좋은 기회이자 건물 자체가 곧 작품으로 탄생한 미술관을 마주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근대 유화부터 1980년대 민중미술을 거쳐 2000년대 영상설치까지 근현대 미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국립 현대 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시작해서 돌담길 옆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끝내면 가장 이상적인 동선이 된다. 물론 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하는 반대의 동선 역시 상관없다.
1998년 '근대미술 중심 미술관' 이라는 명목으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근대사의 격동기를 거쳐 온 덕수궁관은 긴 역사만큼 수많은 ‘근대의 걸작’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는데, 특히 올해는 1938년 ‘이왕가미술관’으로 건립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의 설계로 1938년 준공된 덕수궁미술관 건물은 완벽한 질서와 균형을 추구한 ‘고전주의’ 전통과 엄밀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모더니즘' 의 새로운 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건축물의 미학적 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각종 현대적 장치(미디어월, AR)들이 전시의 형식적 틀을 형성하고 그 내부에 당시 제작되었던 한국 근대미술 걸작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展은 안중식, 고희동, 오지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근대 작가 70여명의 걸작 100여점이 총출동되는 ‘교과서’ 와 도 같은 전시이다. 일제강점기 이왕가 미술관 개관 당시에는 보여지지 못했던 조선 예술가들의 걸작을 최고의 미학적 완성도를 추구하여 전시함으로써, 당시는 실현되지 못했던 ‘이상적인 미술관’의 꿈을 현재의 시점으로 불러내는 기획전시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근현대 미술사는 서양의 흐름에 맞춰서 하나씩 진행되기 때문에 마네, 모네, 피카소, 몬드리안 등의 서양 화가의 이름은 친숙해도 한국 화가들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에서 하나 아쉬운 부분은 이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 등에서 열렸던 여러 전시를 봤던 이들에게는 이전 전시에서도 보았던 꽤나 많은 동일한 작품들이 연이어 다른 이름의 기획전으로 중복 전시되어지는 국내 미술관의 한계가 보이는 듯 해서 약간의 아쉬움도 들던 전시였다.
총 6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 근대 미술사의 전시내용은 아래와 같다.
1부 <1938년 건축과 이왕가미술관>에서는 덕수궁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현 미술관은 1938년 이왕가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80년 전 건립되었으며, 그 중 덕수궁관은 미술 전시용으로 설계된 지 20주년을 맞이했다. 이왕가미술관이 건립될 당시의 설계도면(국립고궁박물관 및 일본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과 사진들을 통해 덕수궁관의 건축미학적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 최초의 근대미술관으로서 덕수궁관이 지니는 의미를 조명한다. 더욱이,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한 덕수궁 건축도면(1936-37) 원본을 최초공개하고 1938년 개관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여 대중에게 공개한다.
전시 작품들
2부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생과 1972년 근대미술 60년>은 1972년에 경복궁 미술관 건물에서 열렸던 <한국 근대미술 60년>전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이 1973년 경복궁 미술관 건물에서 덕수궁관으로 이전하면서 그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전(移轉) 당시는 덕수궁관이 본관이었지만, 1998년부터 분관으로 옮겨지며 현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한국 근대 미술화가의 작품을 소개하는데, 한극 근대 화가의 선조인 고희동부터 한국 추상 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환기의 작품까지 관람할 수 있다.
3부 <1973~1998년: 기증을 통한 근대미술 컬렉션>은 1998년 덕수궁관 개관 이전 기증에 의해 수집된 근대미술품에 주목한다. 정부측에서 수집한 작품도 있었지만 화랑, 작가 및 유족에 의해 한국 근대 작가의 대대적인 작품이 기증된 것이다. 풍경화가인 오지호, 추상화가인 김환기, 유영국 등의 대표작이 이 시기에 기증을 통해 덕수궁관에 위치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관의 모습
4부 <1998년 덕수궁관 개관과 다시 찾은 근대미술>은 1998년 12월 덕수궁관 개관과 더불어 개최된 <다시 찾은 근대 미술전>과 연계해서 구성되었다. 즉 20년 전에 개최된 전시의 연장선상에 구성된 것이며, 한국이 1998년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근대에 주목하고 정체성을 찾았음을 공표하는 전시이다. 즉, 이 전시는 덕수궁관이 비로소 근대미술 전시를 본격화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전시였던 것이다. 당시 국내·외 매체에서 한국 최초의 근대 미술관 개관에 대해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알 수 있는 언론 보도가 배치되어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안중식의 <산수>를 포함하여 그간 유족들이 보관하던 작품들이 발굴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근대미술 소장품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5부 <미술관, 20년의 궤적>은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의 궤적을 통해 수많은 한국 근대 미술화가를 재조명한다. 또한 작가들의 개인전을 통해 그들의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근대에 대한 연구 역시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5부에서는 비교적 최신에 구입되거나 및 수집된 작품들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이중섭의 <세 사람>, 유영국의 <산> 등이 있다. 이처럼 덕수궁관은 채용신, 배운성, 이응노, 이중섭, 유영국 등의 개인전을 열어 주요작가들을 중점 연구 · 전시하였는데, 이 전시들을 계기로 수집된 근대미술 소장품을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하태석 작가의 <건축무한 증식기하>
마지막으로 전시를 마무리하면서 덕수궁관 건축물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하태석 작가의 <건축무한 증식기하>가 전시되어 있다. 지금껏 캔버스 속 한국의 근대 세계관을 살펴보았다면, 이러한 역사의 맥락 속 놓여있는 덕수궁관을 해체하고 현대적 시선으로 재조립하여 관람객에게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한국 근대 미술사는 일제 강점기 아래 진행되었지만, 단순히 일제와 서양의 미술 기법을 복합적으로 그려냈다기보다 이를 한국 고유의 색으로 바꾸어냈다. 즉 서양의 방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한국의 수묵화, 채색화 등으로 승화되었는지 주목해서 전시를 관람하면 그 속에 담긴 그들의 고뇌, 근대기의 복잡한 한국의 역사 등이 어떻게 해서 작품이 드러났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이번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展' 은 한국의 근대 역사의 시기를 함께 했지만 지금까지 잊혀졌던 근대의 걸작들의 흔적을 마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종태 '노란저고리',1929 오지호 '남향집',1939
▒ 전시제목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展
▒ 전시일정 2018년 5월 3일(목)~10월 14일(일)
▒ 전시장소 국립 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관람요금 2,000원 (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 - 대학생 신분증 지참시 무료)
덕수궁 중화문. '내가 사랑한 미술관' 관람 후 덕수궁을 천천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