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레 우동 전문점 '콘피라차야 こんぴら茶屋 '
스시나 라멘만큼이나 카레를 좋아하기에 집에는 항상 카레전문점 수준만큼의 다양한 카레 식자재를 두고 일본 혹은 태국 스타일의 카레를 종종 만들어 먹는다.
내게 그러하듯 일본 사람들에게 있어 카레란 적어도 그 이상의 어릴 때부터 가정의 맛으로 자리잡은 음식인지도 모르겠다.
관련글. 2024년 콘피라차야 우동 이야기 https://artravel.tistory.com/641
어느 기사에서 일본사람들은 1년에 평균 70회 정도의 카레 요리를 먹고, 특히 더운 여름에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카레요리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가 초복, 중복, 말복, 이렇게 무더위가 한창인 삼복 때 즐기는 삼계탕처럼 일본 사람에게 있어 카레는 여름을 이기는 힘이 되는 요리인 듯 싶었다.
적당히 매운맛을 내서 땀을 흘리게도 하고, 또한 한약재 비슷한 재료가 많이 들어있어서 여름철 보양식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츠루통탄의 카레우동은 잊자.
'콘피라차야'
도쿄 메구로 역에서 시로가네다이로 향하는 메구로 대로변에 맛있는 카레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도쿄도 정원 미술관을 가는 길에 들리기로 했다.
8년 전 도쿄를 처음 방문해서 먹은 음식이 카레 우동이었을 만큼 카레를 좋아하고, 여행지마다 찾는 식당 메뉴에는 늘상 카레 관련한 메뉴가 하나씩은 꼭 들어가고, 일본식 카레에 대한 원초적인 동경까지..
이 모든 조건이 한데 잘 어우러진 곳이라 생각했다. 도쿄 카레 우동 전문점인 '콘피라차야 (んぴら茶屋)'.
식당은 메구로역 동쪽 출구에서 도보로 3분거리에 있었다.
여행다니며 낯선 곳에서 길을 쉬이 잃어버리고 지도를 보고도 길을 잘 찾지 못하는 흔히 '길치' 라고 말을 듣는 사람들도 쉽게 갈 수 있을 만큼 찾아가는 길은 쉬웠다.
맛도 맛이지만 좋은 입지도 식당의 인기를 한 몫 거드는 듯 했다.
일본 방송에도 자주 소개되는 집이라해서 어느 정도의 긴 대기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바쁜 시간대를 피한 탓에 별 대기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누구나가 우리처럼 운이 좋을 수는 없는 법. 낮에는 긴 줄로 인한 오랜 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밤에도 저녁 9시까지는 대기하는 것이 기본임은 알고 가는 것이 좋겠다.
현지 친구의 말로는 심야 1시까지 영업하고 있기에 현지인들은 밤늦은 시간대에 주로 방문을 한다고 한다. 물론 대기줄이 긴 것에 비해 자리 회전이 빠르니 오랜 기다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짙은 나무색을 기본으로 한 일본식 차분한 분위기의 식당 안은 귀에 별부담없이 들려오는 식당 내 음악과 한데 어울려 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담한 느낌의 이 가게 안에는 어림잡아 스무개 정도의 자리가 있어보였다.
1983 년에 문을 연 유명한 도쿄 카레 우동 맛집 답게 개업 후 지금까지 30년간 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연 '카레 우동' 이라고 한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이곳 간판 메뉴인 카레 우동을 주문한다고 한다고 하니 말이다.
이름에서 보듯 원래는 사누키 우동 전문점이었지만, 굳이 입간판에는 사누키라는 글자는 내걸지 않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라멘이나 우동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따라 변해가듯, 도쿄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카레 우동을 만들어 내고 있는 듯 보였다.
메뉴를 확인하고 기본메뉴이자 인기메뉴인 '온센타마고이리 우시카레에우돈 (温泉玉子入り牛かれーうどん)' 과 '사쿠사쿠 타누키 (サクサクたぬき)' 주문했다. 그리고 '토마토규우 카레에우돈 (トマト牛カレーうどん)' 도 함께...
다들 '우시카레에우돈' 즉 소고기 카레우동을 주문을 하는데 단지 차이는 생계란, 온천계란, 치즈, 모찌 등 무엇을 얹어 먹을거냐의 차이 뿐인듯 싶었다.
주문하자마자 제공되는 종이 앞치마에서 이 곳이 카레 우동 전문점임을 쉬이 알 수 있었고, 옷에 묻을까 조심스레 카레 우동을 먹어야 하는 소소한 불편함마저도 잊게끔 해주는 작은 배려 역시 돋보였다.
메뉴별 차이와 때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략 5분에서 10분 정도면 음식이 나오는 듯 했다.
자극적이면서 유혹스러운 카레의 냄새와 함께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동에 카레가 소담스레 얹어지는 것이 아니라 카레소스 아니 카레국물에 면이 들어가는 형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그릇 가득한 카레에 잠긴 면발이 희미하게 보이고 정갈하게 다진 쪽파와 반원 모양의 어묵이 토핑으로 올려져 있었다.
음식이 나오자 카레를 먹는 나만의 의식, 카레 스프를 한입 떠 먹어본다.
정 . 말 . 맛 . 있 . 다
카레 우동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마치 메인 음식 전에 나온 카레 스프를 먹기라도 하듯 우동을 먹는 일은 잠시 잊을 정도였다.
이 우동의 카레는 세토해 이부키섬 지역의 멸치와 리시리산 다시마를 사용한다고 알려졌는데 정말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카레 스프는 루로 만든 일본식 카레소스답게 일본 카레 라이스를 만들 때와 유사한 점성을 가지고 있었다.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었고, 달콤했으며, 그럼에도 카레임을 잊지않게 해주는 톡 쏘는 맛까지 일본식 카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너무 진한 카레 맛에만 몰입되지 않게하며 일본식 카레를 느끼게 해주었다.
우동의 면발은 대체로 두꺼우면서도 유연하다.
쫄깃한 식감을 주면서 굵기도 탄력도 느껴진다. 일반적인 사누키 우동보다는 더 강한 인상의 면발이 카레를 생각하면 궁합이 더 잘어울리는 듯 싶으면서도 살짝의 끈적거림도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입안에서 감기는 탄력있는 우동 면발은 카레 소스와의 좋은 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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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면이 탄력이 있음에도 쉬이 끊어지는 부분이다.
수타 면발로서 스르륵 잘 끊기는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조금만 덜 끊김이 있었으면 싶었다. 물론 이 역시 탄력있고 씹히는 느낌이 있는 면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그렇게 먹고 남은 카레에 밥을 넣어 먹는다.
고슬고슬한 밥과 그 위를 절반쯤 덮은 윤기 도는 짙은 갈색 카레의 조화로운 색감을 보는 것만으로 이미 다시금 자극되어지는 혀. 달콤하고 구수한 향이 절묘하게 섞여들어 제대로 된 한끼의 카레라이스가 된다.
아니 점성 높은 카레 때문에 카레밥이 아닌 흡사 카레 리조또를 먹는 듯 싶다. 카레와 밥을 따로 나워 상상하는 일은 불가능할 정도의 맛이다.
종종 들리는 오사카나 후쿠오카에도 이런 종류의 우동을 파는 가게들이 있긴하지만 적잖은 차이가 느껴진다.
8년전 도쿄를 처음 방문했을 때 먹었던 츠루통탄의 카레 우동과도 또 다른 맛, 꽤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주는 카레 우동집이다.
가격은 도쿄임을 감안해도 조금은 비싼 느낌을 주긴하지만 이만큼 안정된 카레의 맛을 주고 있으니 그 정도의 단점은 무시해도 될 듯 싶다.
우동에 밥까지, 단지 배가 불러서만은 아니다.
▒ 오픈 11:00~23:00 (주말, 휴일) / 연중무휴
▒ 교통 JR야마노테선, 도쿄 급행 전철 메구로 선, 도영 지하철 미타 선, 도쿄 메트로 난보쿠 선[메구로 역]도보 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