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ㅣ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기간 2021.5.4.(화) ~ 2021.9.22.(수)
전시장소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Gallery) 1 + 야외(Outdoor) / 문의 051-220-7400
관람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월요일 휴관)
관람 신청은 사전 예약제로, 방문일 하루 전까지 부산시 통합예약시스템 ‘견학/체험' 에서 하면 된다.
https://reserve.busan.go.kr/exprn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생태 환경전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에 가면 텅 빈 벽으로 된 작품을 만난다.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라는 기업을 통해 실제로 1t의 탄소를 없앤 행위 자체가 전시 작품이 된 것처럼 생태 환경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폐기물 최소화를 고민하는 미술을 통해 환경을 바라보는 전시이다.
전시개막은 진즉 했지만 전시장 곳곳 설치되지 않은 작품들로 며칠동안은 전시공간이 비어있었던 조금은 이상했던 전시로도 알려졌었다. 아마도 그 이유를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개막일이 지나고도 미설치되었던 해당 작품들은 뉴욕에서 해상 운송으로 발송된 것인데, 수에즈운하 사태와 코로나로 인한 운항 감소 등의 영향으로 배송지연이 됬던 것이다.
미술관 측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해상 운송을 선택했기 때문에 발생한 타당(?)한 ‘이유 있고, 의미 있는 배송 지연’이었던 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재활용이 가능한 조립식 벽 위에 쓰인 ‘지속 가능한 미술관 선언’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그 선언에 발맞춰 홍보 인쇄물에 이면지를 활용하고, 페인트와 시트지의 사용을 제한하며, 전시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통 조립식 벽 위에 합판이나 석고벽으로 마감을 하고 작품을 걸지만 생태 환경전에서는 조립식 벽 위에 그대로 작품을 건다.
또한 작품의 제작 · 포장 · 운송 · 설치 · 철거, 심지어 컴퓨터를 사용하고 프린트를 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 작품 설명도 캘리그래피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쓰는 등 전시 전반에 이르는 모든 활동은 친환경 실천 방안에 따라 진행된다.
위 사진 속 폐기물은 바로 부산현대미술관의 이전 전시에서 나온 폐기물로 환경문제와 관련해 예술계 내부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전시물이다.
말 그대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전시’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보여주는 생태환경전인 셈이다. 이렇듯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 전시 현장 곳곳에서 관습과 결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생태 환경전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보호 공익광고로 시작한다. 뒤를 이어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그림과 사진이 전시된다. 허백련, 이응노, 김복만의 작품과 ‘생태학’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에른스트 헤켈의 책에 실린 도판 이미지가 마주 보고 있다.
전시정보
참여작가
국내 작가
김복만, 김상진, 김수석, 김실비, 김안나, 김지훈, 김하늘, 김형현, 김호민, 바깥미술회 김보라, 바깥미술회 김창환, 바깥미술회 박봉기, 바깥미술회 정하응, 박영균, 박현기, 손상기, 송용, 신학철, 안규철, 옵티컬레이스, 윤형근, 이동시, 이명호, 이불, 이상원, 이용우, 이응노, 이주영, 임옥상, 장종완, 정진윤, 조재선, 주태석, 하민지, 허백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방송공사, 제주도립미술관(서성봉)
국외 작가
에이미 야오, 콜레티보, 코리 아칸젤, 코시마 폰 보닌, 에른스트 헤켈, 포르마판타스마, 기 드보르, 더 해리슨스, 하룬 미르자, 제니퍼 알로라 & 기예르모 칼자디야, 줄리엔 세칼디, 루크 윌름허스트, 마르테 에크네스, 션 라스펫, 소일 솔턴, 수 유 신, 월리드 베시티, 윌렘 드 루이즈, 타이베이미술관
전시개요
미술관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이 생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현실적 실천 방안 마련을 도모하기 위한 시도이자 실험으로써, 그 실험의 과정과 결과물을 공유하고 미래 미술관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전시
전시내용
실제 상황!
총 6점의 작품이 뉴욕에서 출발하여 부산현대미술관에 도착한다.
작품의 총 무게는 1,273 kg이다.
뉴욕 공항(JFK)에서 인천 공항(ICN)까지 거리는 11,092 km이다.
항공 운송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98 t(tCO2eq1))이다.
인천 공항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거리는 432.54 km이며 트럭 운송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12 t이다.
즉, 뉴욕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작품 항공 운송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6.1 t이며 이는 편도 기준으로, 작품을 돌려보낸다면 총 32.2 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한국인의 1인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14.1 t, 2018년 기준)의 2배가 넘는다.
항공 운송 시, 뉴욕에서 출발하여 부산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작업 시간을 포함하여 약 15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뉴욕에서 부산현대미술관까지 같은 6점의 작품을 해상으로 운송한다면 총 거리는 왕복 37,354 km,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82 t으로 항공 운송의 약 1/40 수준이다.
하지만 소요 시간은 작업 시간을 포함하여 약 60일로, 항공 운송의 4배 정도 소요된다.2)
대부분 미술관이 항공 운송을 선호한다.3)
환경 위기에 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존재한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도 많은 나라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정치가는 다양한 환경 정책을 언급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문가 회의가 환경 위기에 대한 대안을 다루고 있다. 교육에서도 환경과 지속 가능성은 교과 과정의 확고한 구성 요소가 되었으며, 여러 기업에도 이 주제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경고를 알리는 연구와 보고가 보여주듯 환경 파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4)
분명 무언가 행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은 환경 위기에 대한 의식이 증대되는 시대에 자원 집약적 스펙타클의 전시와 그러한 전시를 가능케 하는 미술관 제도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관찰에서 시작한다.
의도는 미술관의 고통을 보여주거나 미술관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건은 자본주의 세계 질서―제국주의, 권위주의, 자유주의 등의 용어를 대입해도 마찬가지다―에 의해 보호되어온 미술관의 사실적 묘사와 그 참된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와 함께 생겨나고 마침내 보편화한 현재 미술관의 모습이 환경에 대한 폭력과 파괴의 대가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사실의 확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시에서 주장하는 미래의 것은 기존의 것으로부터 출현해야만 하고, 일반적으로 기존의 것을 먼저 파악해야만 미래의 것으로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통찰로부터 출발해 곧바로 진행되어야 할 것은 현재 지배적 제도에 반대해 실천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의 가능성을 증대하는 것이다. 대안으로 제시될 몇 개의 전술5)과 실천6)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실패의 굴레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전시는 현재 상황을 비판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와 그와 관련한 논쟁에 대해 몇 가지를 주장하겠지만,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한 명쾌한 경로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단순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경로는 적어도 현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는 철저하기보다는 다소 제안적인 의미에서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반과 사고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7)
놀랄 것도 없이 이 전시는 누군가에게는 환영받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대립하지만 결국 이 두 방향은 우리가 야기한 모든 문제에 근거해 서로 만날 것이다.
전시에는 환경에 대한 예술적 접근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식과 사회 활동, 몇 년 동안의 집중적이고 우호적인 학문의 협력, 그중 몇 가지를 토론에 부칠 수 있다는 고무적인 안도감,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고려하고 대입할 수 없다는 분명한 좌절감이 공존한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전시는 논쟁에 개입한다. 통합은 언제나 종속적이기 때문에 논쟁은 환영받아야 한다. 종종 논쟁은 결국 중요해질 수 있지만, 현재에는 돋보이지 않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1) tCO2eq는 지구온난화 지수(GWP, 각각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정도로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1이라 할 때 이와 비교하여 영향 정도를 나타낸 값)에 기초하여 다양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비교하는 데 사용되는 측정 지표이다. 온실가스(Greenhouse Gas)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이 있으며, 이 중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지표의 기준은 이산화탄소가 된다. 예를 들어, 메탄의 GWP는 25이므로 메탄 1 t의 배출량은 25 tCO2eq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계산은 Gallery Climate Coalition(https://galleryclimatecoalition.org/carbon-calculator/)의 도움을 받았다.
3) 이번 전시에서 이 6점의 작품은 해상으로 운송한다. 하지만 항공 운송이 항상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안전이나 작품 보험료 등에서 항공 운송이 해상 운송보다 장점이 있을 수 있다.
4) 울리히 브란트, 마르쿠스 비센, 『제국적 생활양식을 넘어서』, 이신철 옮김(에코리브르), 41의 전용. 글의 몇몇 부분은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의 전용(detournement)이라는 글쓰기 기법을 차용한다. 프랑스어로 납치를 의미하는 이 글쓰기 기법은 다다이즘의 콜라주와 유사하며 기존의 문장과 어구에 대한 창조적 전유와 재조직화를 지향하는 글쓰기 기법이다. 전용의 대상이 되는 원작의 내용에 어느 정도 친숙해야 새로운 메시지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존의 개념을 자기식으로 전용하면서 스펙타클의 지식을 파괴하고 기능적, 합리적, 효율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은 전시가 지향하는 환경 효율성(Eco-Efficiency) 개념과도 상통하는데, 이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환경 영향은 최소화하고 더 큰 성과를 창출하는 개념이다.
5) 전시에서는 예술가, 대규모 국제 전시, 글로벌리즘과 이동의 제한, 예외적 전시 구성, 소장품 공유, 지속 가능한 재원의 활용, 시설, 딜레마 등의 실행 전술을 바탕으로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증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6)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고벽은 사용하지 않으며, 입구를 제외하면 페인트와 시트지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 전시에 사용하는 벽은 전량 수거하여 재사용하며, 나사, 못, 철사 등의 부속과 작품의 캡션을 제외한다면 폐기물은 남지 않을 예정이다. 외부 현수막을 제외한 모든 홍보 인쇄물은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한 가지 색의 잉크만을 사용하며, 포스터, 초청장, 가로등 배너, 가방 등과 같이 불필요한 홍보 인쇄물의 제작은 지양한다. 모든 홍보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데, 디지털 파일의 전송(1 GB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 kg이다) 등에 드는 자원을 줄이기 위해 파일 크기나 개수 등을 최소화한다. 전시장 내부의 글은 수정이 쉽도록 모니터와 손글씨 등을 활용하되, 사용하는 전력과 노동의 양에 근거하여 추후 어느 방식이 더 지속 가능한지 비교할 예정이다. 항공 운송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거리의 작품은 생중계로 보여 주거나, 작품 제작 설명서만을 전송받아 현지에서 재제작 되기도 한다. 몇몇 소장품은 이동을 없애기 위해 스캔한 디지털 파일을 내려받은 후 인쇄하며, 가능한 작품의 인쇄는 콩기름 잉크와 친환경 종이를 활용하여 인쇄한다. 영상 작품에 사용되는 전력량 또한 측정하여 추후 최적의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작품 운송 및 설치 시 사용되는 모든 재료는 재활용을 원칙으로 하며, 이때 사용되는 공구 등의 전력 사용량과 작품의 이동 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측정할 것이다. 전시장 조명도 최소화하며 필요하다면, LED 조명을 사용한다. 신작의 경우 다양한 친환경 재료를 실험하고, 그 결과물을 분석하여 신작 제작의 지속 가능성을 탐구할 것이다. 이 모든 분석과 이번 전시에는 활용할 수 없었으나 가능성 있는 실천 방안 등은 추후 도록에 실을 예정이다. 이러한 실천에는 논란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콩기름 잉크나 친환경 종이가 환경에 그다지 친화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며, 과도한 제약으로 인해 관객에게 제공되어야 할 최소한의 품질 또한 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
7) 머레이 북친, 『사회 생태론의 철학』, 문순홍 옮김(솔), 14의 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