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김환기 회고전 ㅣ 예약부터 관람까지 A-Z
김환기 개인전은 한국의 미술품 경매의 신기록을 쓰고있는 그의 작품과는 달리 요즘 손꼽히는 에드워드 호퍼나 데이비드 호크니 또는 리움미술관의 전시처럼 예약하는 것만큼 별 어려움 없이 원하는 일자에 예약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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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술관의 위치, 즉 접근성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최근 유료 셔틀버스가 생긴 뮤지엄산 보다는 훨씬 나은 접근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예약은 호암미술관 예약페이지 안내글에 있듯 관람일 14일 전부터 총 4명까지 예약이 가능하며 입장은 예약시간 20분전부터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입장이란 차량으로 미술관 입구 통과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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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을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차를 이용하는데, 위 사진처럼 입구 매표소 앞에서 탐승객의 예약 QR코드를 통해 예약시간대 확인을 하고 있었다.
주말의 경우 아무래도 평일보다 입장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데, 미술관에 일찍 도착한다고 해서 미술관 입장을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2시 예약인 사람이 12시쯤 도착하는 경우 20분전 입장 규칙으로 인해 입장 못하고 차를 다시 돌려 나가야만 한다. *예약시간 30~40분전에 도착하면 보통 입장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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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호암미술관은 역시 무더웠다.
호암미술관을 제대로 보기에는 역시 봄, 가을이 제격인 듯 싶다.
'한 점 하늘 김환기
a dot a sky_kim whanki'
2층으로 오르는 벽면, '한 점 하늘 김환기 a dot a sky_kim whanki' , 이번 전시의
글자체, 글의 컬러, 카피 그리고 글자를 하나 하나 벽면에 정성들여 붙였을 이들의 수고로움이 전해진다.
1년 반 동안의 리노베이션이 끝난 뒤 처음 방문이지만, 몇 년 만의 호암미술관을 찾아서인가 바뀐 흔적들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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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계단을 따라 올라가 2층 우측에 있는 갤러리 부터 관람하면 된다.
여느 전시때와 마찬가지로 몇몇 작품에 대한 설명을 옮길 뿐, 대다수가 전시장 및 작품 사진의 나열이다.
달과 세모꼴 잎새 무늬가 무수히 찍힌 나무의 단순한 형상을 담은 '달과 나무' 로 김환기 회고전은 그 시작을 알린다.
1948년작으로 1회 신사실파 작가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짙은 코발트 벽면의 색을 바탕으로 한 전시는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으로 표상되는 김환기의 1930~1950년대 명작들을 천천히 보여준다.
지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보이는 수장고 : MMCA 이건희 컬렉션1' 전을 갔을 때 수장고가 공사중인 관계로 이 작품을 볼 수는 없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보게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1950년대 국내 최대 방직 재벌이던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자택에 걸기 위해 주문 제작한 약 1,000호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이 작품은 1970년대 말 삼호그룹이 기울게 되면서 미술시장에 나와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80년 초까지 중앙일보사 로비에 전시되다 삼성의 수장고로 들어가 약 40년 만에 호암미술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밝은 파스텔톤으로 색면을 처리하고, 곳곳에는 김환기가 주로 그렸던 항아리, 사슴, 꽃수레, 나무, 남대문 등의 소재가 나타난다. 화면 중심에 있는 세 명의 여인은 고려청자와 백자 항아리를 이거나 들고 있으며, 특히 매화 꽃가지를 물고 있는 사슴은 가운데 여인을 향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세 명의 여인은 앉아 있고 또 다른 세 명의 여인은 원경으로 처리하여 강약의 변화를 주고 있다.
현재는 다른 이의 소장품이 된 생전 김환기가 애장하며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조선시대 백자 대호(달항아리)도 회고전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에도 달을 닮은 달항아리, 달항아리를 닮은 달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에게 있어 달항아리란 자연 그 자체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유족 소장의 베네지트 화랑 개인전 당시의 방명록으로, 무엇보다도 작곡가 '윤이상' 의 서명이 눈에 띄인다.
관련글.
통영, 윤이상 기념관. 그곳에 가다 https://artravel.tistory.com/473
1층 갤러리 안.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1970년 1월 27일 김환기의 일기 중)
1970년대 말년 김환기 회화의 정점을 이룬 곡선형, 사선형의 전면 점화들이 휘어진 전시벽을 따라 물 흘러가듯 배치되어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우주>(Universe 5-IV-71 #200)
크기 254x254㎝로 김환기의 작품 중 가장 큰 추상화이자 유일한 두폭화로, 경지에 이른 김환기 추상회화의 정수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1억8750만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구매 수수료를 포함하면 약 153억4930만원(1억195만5000 홍콩달러)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6-IV-70 #166)’는 작가의 뉴욕시대 점화 중 대표작으로 1970년 첫 한국미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 부제인 16-IV-70 #166은 1970년 4월 16일 그리기 시작해, 뉴욕에 정착한 후 166번째로 완성한 그림이라는 의미다
대개 작품 제목을 달지 않고 작업 시작 날짜만 쓰는 그가 특별히 이 작품 캔버스의 뒷면에 쓴 글귀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친구인 김광섭(1905~1977) 시인의 작품 ‘저녁에’의 마지막 2행에서 따온 제목이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면화 위에 청회색 유화물감으로 점을 먼저 찍은 후 그 틀로서 사각형을 두르는 형태를 가로 172㎝, 세로 232㎝에 이르는 대형 캔버스 안에 가득 채워나간 김환기 특유의 점화(點畵)다.
점을 한 번만 찍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반복해서 찍어 평면회화임에도 깊이가 느껴진다.
김환기가 1974년 작고 한달 전 그린 검은 점화인 <17-VI-74 #337>.
푸른 빛의 우주적 화면에 활기 넘치는 점들의 군무가 아롱거렸던 1970년대 초반 작업들과 달리 차분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검은점들 사이로 기둥처럼 의연히 솟은 여백의 이미지들이 인상적이다.
1층 갤러리에 이어 나오는 아카이브실
김환기의 스크랩북. <문예>지의 표지와 실은 글을 스크랩한 부분과 저 유명한 부여 외리 출토 백제 산수문전의 탁본 이미지 자료들이 보인다.
그의 일기와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과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도 전시되어있으며 1960년대 <사상계> 등에 기고했던, 당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볼 수 있다.
여름 끝나가는 무렵,
그곳에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
전시명.
한 점 하늘_김환기
주최.
호암미술관
일시.
2023년 5월 18일(목) ~ 9월 10일(일)
장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562번길 38
관람료.
14,000원
홈페이지.
https://www.leeumhoam.org/ho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