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담백 정갈한 식당 '미학(米學) 상차림'
가격 ★★★
맛 ★★★★
서비스 ★★★☆
"미학(米學)"
광화문의 적잖이 높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 광화문 '경희궁의 아침' 3단지 1층 상가로 들어가면 매력적인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광화문 '경희궁의 아침' 3단지 1층 상가 정문안.
'오늘 도정한 쌀로 지은 솥밥과 미학의 한상차림' 이라 쓰여있는 입간판이 있다.
매일 도정한 쌀로 솥밥을 지어준다는 식당. "미학"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의미가 아닌 '쌀 미' 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학(米學)' 이라는 네이밍에서 볼 수 있듯 밥 맛 하나만큼은 자신있는 식당인 듯 보였다.
밥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길래 ' 미학'이라는 나름 중의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광화문 이 험지에 한식당을 차린 것일까..
.. 하는 생각과 동시에 기대감도 가져 본다.
문득 이 광화문에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마저도 들게끔 하는 그런 이름을 지닌 식당 하나가 생각났다.
'광화문국밥'
광화문국밥의 돼지국밥 https://artravel.tistory.com/155
자리에 앉아보니 요즘 식당 추세답게(?) 다소 촘촘한 좌석배치,
그래도 조명의 색감 때문이지 그리 좁게만 보이진 않는다.
물론 가방이나 겨울철 두툼한 옷을 벗어두거나 놔둘 공간은 없는 것은 살짝 아쉬웠다.
잠시 숨 고를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메뉴판을 본다.
주가 되어야 할 메뉴 구성에 대한 안내보다 우측면 빼곡히 자리하는
메뉴판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식당에 관한 스토리에 잠시 시선을 내어준다.
바로 이 식당 '미학(米學)'에서 사용되는 그릇, 수저, 소반을 만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성스레 담고있다.
'미학(米學)' 메뉴는 심플한 편이다.
생선 상차림(15,000원), 젓갈 상차림(16,000원), 고기 상차림(17,000원) 이렇게 모두 3가지의 메뉴가 있다.
보통 기본메뉴 한가지에 추가차림에 있는 젓갈류 한두가지를 추가로 주문을 하는듯 싶었다.
많은 이들이 극찬(?)하는, 젓갈은 따로 추가주문하지는 않았다.
생선 한차림과 고기 한차림을 주문한다.
술병스러운 물병..
나? '물' 이야! 테이블에 마련된 '물'이라 쓰여진 물병의 모양이 참 멋스럽기만 하다.
마치 옛 사극드라마에서 나올 법 한, 뭐 사실 술병이라해도 이상하지 않을 괜찮은 생김새의 물병과 물잔이 자리하고 있다.
물잔의 아랫면을 보니 'YONG' 이란 글자가 보인다.
바로 메뉴판에 있는 이세용 도예가의 작품임을 알리는 그의 싸인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식전 메뉴로 나온 호박죽.
얼마지나지 않아 주문한 밥이 나온다.
기대 가득한 미학(米學)의 밥은 개인솥에 따로 나오고 있었다.
(주걱이 놓여있는 그릇에 밥을 덜고, 솥에는 뜨거운 물을 넣어 누룽지를 먹는 형식)
각각의 상차림 메뉴에는 4가지의 기본찬이 딸려 나오는데 술잔처럼 자그마한 하얀 종지그릇에 담겨있다.
아담한 크기의 소반위로 밥그릇과 나무주걱, 주요리인 고등어와 고기, 반찬 종지, 국이 담긴 뚝배기, 그리고 방짜수저가 놓여져 있는데, 미학(米學)의 범상치 않나 소반 풍경만 보아도 이미 깔끔한 맛이 전해져온다.
얼핏 찬의 양이 적게도 혹은 야박하게도 느껴질 만큼 적은 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일부 식당에서 아직도 이뤄지는 반찬 재활용에 대한 미덥지 않음 때문이 아니라 공들여 만든 찬이 남아 버려지는 것에 대한 '싫음' 때문이다.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따로 덜어낸 밥 맛은 좋았다.
또한 국과 찬, 대부분 깔끔한 맛을 내고 있었다.
다소 모자란듯, 양도 적어보이고 뭔가 아쉬운 상차림에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먹을수록 은근히 배불러옴이 느껴졌고, 성인 남녀가 먹기에 모자란 양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집 '미학'에서 밥 먹기 전 물을부어 솥 안에 불려 놓은 누룽지를 후후 불어 마시는 숭늉의 맛을 앞서는 건 없을 듯 싶다.
* 생선 상차림에 나오는 고등어 구이, 이 정도 손질과 맛이라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겠다 싶었다.
* 고기 상차림에 나오는 고기는 바싹불고기 스타일로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이 역시 개인별 입맛과 기호의 차이 일 수 있겠지만, 불맛이 적당히 살아있는 듯 하지만 밋밋한 한듯 평범한 맛이 아쉬웠다.
* 애피타이저 형태로 나오는 호박죽은 그냥 빼고 약간의 가격 조정을 하면 어떨까 싶다. *지극히 주관적인
'미학(米學)' 이란 단어를 들춰낼 만큼의, 또한 감탄을 자아낼 만큼의 훌륭한 맛은 아니었지만 깔끔한 상차림에서 볼 수 있듯 마치 집밥을 먹은 듯 속은 편안했다.
하지만 이 곳 '미학(米學)'에서 내놓은 메뉴들이 집밥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1인당 2만원에 가까운 (물론 여타 식당들과 비교했을 때 깊이의 차이가 있는 백반임에도) 금액은 상차림 대비 비싸다는 생각이다.
요즘 같은 때, 싸고 깔끔한 물론 맛은 기본인 그런 식당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점 혹은 불편하게 보였던 점 하나.. (*2020년 10월 현재, 이 부분
글 위에도 있는 사진으로, 사진 속 테이블 2개가 놓여진 공간은 분명 복도였다.
불만이 아닌 아쉬웠던 점 하나다.
식당의 인기가 많은 탓에 몰리는 손님들로 더 많은 자리 확보를 위해 고민을 한 결과로 보이는데, 그렇다해도 복도를 이용한 식당의 공간 활용은 분명 아니라 생각한다. 시장통 식당도 아니고, 2만원에 달하는 상차림을 내는 식당으로서 손님에 대한 배려와 매너가 없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만큼은 점수를 주고싶지 않았다. 분명 그 공간은 식당의 공간으로는 사용해서는 안되는 공간이었다. (차라리 오해하는 것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