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맛집. '츠타' 라멘 ver.2024ㅣ도쿄미감(味感)
츠타 시즌2
스가모에서 시부야 요요기우에하라역 부근으로 이전한 츠타는 예전과는 많이도 달랐다.
시부야 중심가이긴 해도 다소 생소한 지역인 곳으로의 확장 이전은 물론 다양해진 메뉴와 높아진 금액, 거기에다 일본 미슐랭 첫번째 원스타 라멘집이라는 타이틀이 낯설만큼 더 이상 미슐랭과는 거리가 있는 식당이 되어버렸다.
예전 하루에 두번 방문해야 했던 불편한 오프라인 예약시스템은 약간의 예약비용이 들긴 하지만 온라인 예약과 키오스크 카드 결제 등으로 예약과 결제에 대한 편의성을 높였으며, 현지인과 달리 늘 빠듯한 여행 일정에 허덕이는(?) 여행자들에게 이전과 다른 온라인 예약시스템 도입은 시간적 여유로움마저 안겨주었다.
온라인 예약은 2,000엔 이상 주문시에만 가능한 금액적 제약이 있긴 하지만 심플하니 라멘 한그릇만 먹는게 아닌 한 예약 시스템은 여러모로 편리했다.
그 뿐 아니라 한 눈에 보기에도 달라진 식당의 외형은 물론 전통적인 라멘집에서 살짝 비켜난 모던한 카페의 모습과도 닮은 식당 내부까지 이전과는 참 많이도 달랐다.
관련글. 세계 최초 미슐랭 라멘 츠타 ver.2018 https://artravel.tistory.com/122
이제 더는 미슐랭 원스타 라멘집이 아닌..
세계 최초 일본 라멘으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츠타였지만 2022년 세상을 떠난 창업자 오니시 유키처럼 지금은 미슐랭 관련한 아무런 타이틀도 없는 평범한(?) 라멘집이 되어버린 츠타.
그럼에도 츠타의 라멘을 다시 맛보고 싶은 마음만큼은 여전했다.
예약한대로 테이블이 아닌 바(카운터)로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으니 예약된 자리에는 예약자 이름이 적힌 종이와 접시, 그리고 우롱차가 놓여있었다.
세트메뉴 3,500엔.
라멘만 있는 기존의 단품메뉴도 있지만 간만에 다시 찾은 츠타에서는 이전하면서 새롭게 생긴 세트메뉴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별 고민없이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4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점심 한끼, 그것도 라멘을 먹는데 지불하는 것이 오버가 아닐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그럴듯해 보이는 메뉴에 대한 호기심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 때나 먹고 싶다고, 아무 때고 원하는 때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었기에.
로스트비프, 닭고기챠슈, 아지타마고로 구성되어 있는 세트 메뉴와 그에 맞는 각종 소스들, 특제 츠타스코, 후추, 트러플소금이 함께 나와 찍어먹는 맛을 더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에는 라멘만큼의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굿바이, 츠타!
얼마전 먹은 것도 아니고 수년전 먹은 츠타 라멘의 맛에 대한 기억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오롯이 라멘 한 그릇 가격은 아니지만, 라멘 한 그릇당 3000엔 이상을 쓰는 것에 비하면 제공되는 서비스라와 가장 중요한 맛에 대한 만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듯 싶었다.
어지간한 고급식당의 런치 가격인것을 감안한다면 미묘한 혹은 애매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더는 미슐랭 원스타 라멘집도 아닌 그저 비싼 라멘집이 되어버린 츠타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불하는 금액 대비 만족도, 특히 예전만큼의 놀라움을 주지 못한 맛 때문은 아닐까도 싶었다.
어쩌면 유명을 달리한 창업자의 부재때문은 아닌지.
세트가 아닌 라멘만 놓고 본다면 2000엔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꽤나 실험적인 라멘여행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도쿄에서 라멘 먹을 기회가 단 한 번뿐이라면 '만약' 이란 가정을 한다면 더는 츠타가 아닌 당연한 듯 나키류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관련글. 도쿄 미슐랭 라멘 나키류 https://artravel.tistory.com/133
물론 예전 세계 최초의 미슐랭 라멘집이라는 명성으로 과한 금액의 과대평가된 식당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소바면에 트러플 오일, 그리고 올드한 미슐랭 타이틀까지 감안한다면 또 그 정도로 혹평을 받을 식당 역시 아니다.
맛과 서비스 등에 대한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다툼의 여지는 있겠다 싶지만.
음식으로 도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그 추억으로 우린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추억의 절반은 맛' 이란 말이 있다.
아주 오랫동안 '다시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 두고 있었지만, 이제 더는 미슐랭 스타를 받을 만한 라멘이 아닌 예전 명성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된 듯 싶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도쿄로 향하는 때, 다시 또 츠타에 가게 될 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