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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ㅣ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by 아트래블* 2019. 9. 3.

바바라 크루거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ㅣ아모레퍼시픽미술관(APMA)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


2019.06.27(목) ~ 2019.12.29(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공휴일을 포함한 매주 월요일 휴관)


작년 서울 용산에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용산 신축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전시는 다름아닌 현대 미술 거장 바바라 크루거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바버라 크루거: 포에버(FOREVER)' 이다.


이번 전시는 바바라 크루거가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여는 개인전이다. 


바바라 크루거란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그의 작품만큼은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의류브랜드 '슈프림'은 크루거의 작품을 따 브랜드 로고를 만들기도 했으니 그만큼 쉽게 눈에 잘 들어올 듯 싶다.





단순히 작품뿐만 아니라 바바라 크루거가 이미지 위에 쓴 문장들 역시 시적이면서도 날카롭다. 


특히 뒷부분에 나오는 작품 설명에도 있지만 1989년 내놓은 '무제: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는 '낙태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 되었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나 '우리는 또 다른 영웅이 필요 없다'(We don’t need another hero) 같은 문장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이 아닐가 한다.




미국의 제1세대 페미니즘 미술가인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사진이나 그림 혹은 글씨를 바탕에 깔고 그 위에 생각할 만한 글귀를 달아 작품을 만든다. 


그녀는 언제나 성별 특성을 다루며, 남성성과 여성성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비평가 크레이그는 “오웬스는 크루거가 남성성과 여성성 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교환에 의해 종속됨을 드러내기 위해 ‘나/너’라는 언어적 변주를 사용한다”고 했다. 제인 웨인스톡는 “페미지즘의 신화를 만들기 보다는 현실을 폭로하는 작가”라고 크루거를 평가했다.




이번 전시에선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선보인 바바라 크루거의 주요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지난 40여년간 다양한 작업 유형과 일관되고 독창적인 작업 양식을 견지해 온 작가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사진과 텍스트를 오리고 붙인 초창기 페이스트업 작품부터 이미지를 대형 전사지에 출력해 공간을 메우는 설치작업, 대형 다채널 영상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최근작까지 40여년간의 작업 유형을 4개의 전시실과 '아카이브룸'으로 구성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한글 작품 2점도 함게 전시된다.





전시장 입구에 세워진 ‘충분하면만족하라’는 큼지막한 글귀가 그 중 하나다. 크루거가 자주 쓰는 ‘Plenty should be enough’란 문장을 한국어로 해석했다. 글자 하나의 높이가 6m나 된다.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바바라 크루거의 한글 설치 작품인 '무제(충분하면 만족하라)'는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전시장 내의 '무제(제발 웃어 제발 울어)'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아낸다.




무수히 많은 거대한 텍스트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되어있는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은 말 그대로 압도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바버라 크루거의 개인전이 차려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첫 전시실에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자,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 'untitled(forever)'-[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을 볼 수 있는데, 이번 전시의 제목과 동일한 이 작업은 작가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재디자인한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전시를 위해 만든 공간특정적인 설치 작품 <포에버>의 거대한 문자 이미지들이 천장을 제외한 사방을 채우고 있다. 출구와 입구 쪽 벽면엔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에서 인용한 문구들이 있고, 바닥면에는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인용한 문구들이 확대되어 붙여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근 작품과 더불어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들의 '원형'이 되는 초기 페이스트업 작품 가운데 1989년 작업한 크루거의 대표작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가 전시되는데, 이 작품은 페미니즘 미술가로서의  바바라 크루거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준 작품이다.



<무제(너의 육체는 싸움터다)> 1987(1989에 개작)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다(Your body is battleground)” 포토몽타주 기법(사진 오려붙이기)으로 절반은 양화, 절반은 음화로 표현된 얼굴을 배경으로, 좌우를 극적으로 대비했다. 


힘이 넘치는 이 작품은 정치 선전화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지만 투쟁이 내건 이해관계와 성과는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누가 몸 위에서 싸우고 있고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이 작품의 의도는 그녀가 1989년 워싱턴에서 낙태 권리 회복 시위를 위한 선전화로 쓰려고 이 작품을 다시 꾸미면서 명백해졌다. 


문제의 몸은 여성, 그 전투는 애 낳기의 권리에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하나의 얼굴에 대립되는 두 개의 명암 구도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두 개의 반쪽을 합하면 한 얼굴의 모양으로 보이지만 사실 양쪽 얼굴이 같은 사람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또 흑백사진은 사진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엑스레이 형상이거나 핵폭발에 따른 방사선의 번쩍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런 의심은 얼굴 위에 놓인 ‘전쟁터’라는 말 때문에 더 짙어진다. 



<무제(당신의 눈길이 내 빰을 때린다)> 1981, 사진, 139x 104센티미터, 메리 분 화랑 소장, 뉴욕



역시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들의 '원형'이 되는 초기 페이스트업 작품 가운데 하나인 1981년 발표작 '무제(당신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 이다.


1980년대 이래 세계 문화판을 뒤흔들어온 여성주의 미술의 거장인 바버라 크루거의 작품들은 공기나 물처럼 마구 소비되듯 만들어지는 복제 이미지들이 되려 상황에 의해 달라지는 진실의 속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는 듯 싶다.


일반적 지식 생산과 시각적 규칙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당신의 시선이 내 빰을 때린다(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는 1980년대 초 발표된 작품에 등장한 글귀인데, 1950년대 사진 연감에서 고른 여성 흉상을 배경으로 왼쪽 모서리에 7개의 낱말을 세로로 배치했다. 


무표정한 여성 머리상은 상당히 저항적으로 보이는 면모가 있다. 여권주의 미술의 대모격인 주디 시카고는 이 작품을 보고 “남성의 시선에 대한 문제를 시각적으로 함축한 작품”이며 “크루거는 바로 앞 세대인 팝 미술가들보다 훨씬 비평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여성을 타자로 규정하는 현실을 폭로하는 것인가?' '대상물로 비치는 여성의 존재를 뒤흔들기 위해 이미지와 텍스트의 의미를 뒤집었는가?' '의미의 순환이 완결되는 것을 거부한 것은 아닌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이런 물음을 제기함으로써 1980년대 그녀의 명성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무제(우리에게 더 이상 영웅은 필요 없어)> 1987 실크스크린과 투명 아크릴판에 글씨 오려붙이기, 

277x533센티미터, 에밀리 피셔 랜도 소장, 뉴욕



이 작품의 배경은 만화영화 분야에서 디즈니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노먼 록웰의 삽화다. 


알통을 자랑하는 사내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애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하지만 그 위에 놓인 글귀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더 이상 영웅은 필요 없어(We don't need another hero)”다. 


한마디로 성 이데올로기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 성의 우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동시에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심리상태, 남성의 기대 심리를 스스로 채워주는 여자들의 태도도 비판한다.





두번째 전시실 입구의 모습. 개막 직전인  작가가 둘러보고 즉석에서 제작을 지시해 만들었다는 붉은 바탕의 한글설치 작품 <제발 웃어 제발 울어>와 함께 입구 양옆 벽에는 크루거가 2000년대에 만든 유명한 사진 텍스트 작품 2점이 함께 걸려있다.




전시실로 내려가는 계단있는 공간의 벽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눈을 찌르려는 찰나의 이미지를 담고있고, 작가가 즉석에서 설치를 요청했다는 <모욕하라 비난하라>(2010)가 걸려있다.




Barbara Kruger




바바라 크루거

1945.1.26~ ,Newark



크루거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사진 편집자로 경력을 쌓았다. 그녀의 이런 경력은 작품의 시각적이고 형식적인 면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76년 여름 크루거는 ‘문화변동을 위한 예술가들의 모임AMCC (Artist meeting for Cultural Change)’의 주요 멤버로 활동했고 이 경험으로 그녀의 작품세계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모임은 바바라 블룸, 데이비드 살르, 로스 블레크너와 같은 캘리포니아 예술학교 출신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되었다. 


크루거는 여기서 발터 벤야민, 롤랑 바르트, 테오도르 아도르노 등의 저서들을 접하고 사회문화이론을 알게 되면서 일상생활을 구성하는 사회적, 정치적 관계에 대해 사고할 수 있었다.




1977년부터 크루거는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사진과 텍스트를 분리했으나 1978년 이후 사진 위에 문장이나 단어를 결합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진을 찍기보다는 오래된 사진 연간물, 실용 안내서, 잡지 등에서 사진을 골라내어 편집한 뒤 여기에 대중적 명언, 정치 문구, 광고 선전 문구 등에서 유래한 텍스트를 결합했다. 


이는 1920년대의 포토몽타주(photomontage)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또한 그래픽 디자인, 사진 편집, 영화 평론과 같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대중매체의 힘을 인식한 크루거는 작품의 비평적 기능 수행을 위해 이런 형식을 취했다.